미국-이란 갈등 _호르무즈 해협, 국제유가, 생활물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104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역제안을 공개적으로 거부하는 발언을 낸 직후였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뉴스를 보면서 "또 중동이네"라고 넘기다가, 다음 날 주유소 가격표를 보고 멈칫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왜 우리 지갑까지 흔드는가
"중동 갈등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번 상황이 그 선을 넘었다고 봅니다. 핵심은 호르무즈 해협입니다. 여기서 호르무즈 해협이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폭 약 40km의 좁은 수로로, 전 세계 석유와 LNG(액화천연가스)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에너지 병목 지점입니다. LNG란 천연가스를 냉각·압축해 액체 상태로 만든 연료로, 발전소와 난방에 두루 쓰이는 핵심 에너지원입니다.
이곳이 사실상 폐쇄 상태에 가까워졌다는 건, 세계 에너지 공급망에 직접 구멍이 뚫렸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수도권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대부분이 동시에 막히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물건은 있는데 운반을 못 합니다.
제가 직접 느낀 건 이렇습니다. 해운사들이 항로를 우회하기 시작하면 선박 한 척당 수일 이상의 이동 시간이 더 붙고, 연료비와 인건비가 고스란히 추가됩니다. 그 비용은 제품 원가에 얹힙니다. 마트에서 사는 식용유, 라면, 세제 한 통 가격에도 결국 이 비용이 스며들어 있는 겁니다. 이런 구조를 공급망 리스크라고 부릅니다. 공급망 리스크란 원자재 조달부터 최종 소비자 전달까지 어느 한 지점이 막혔을 때 전체 가격 체계가 흔들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실제로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4월 원유 생산량은 2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출처: 로이터). 공급은 줄었고, 해협은 막혔으며, 시장은 이미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한국이 특히 취약한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한국은 에너지 자급률이 낮아 원유 수입 의존도가 극히 높습니다
- 중동산 원유 비중이 전체 수입량의 70% 내외를 차지합니다
- 정유, 해운, 항공 등 에너지 집약 산업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항공권이 즉각 반응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유류할증료란 국제유가 변동에 따라 항공사가 항공권 가격에 추가로 부과하는 연료 비용 보전 금액입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항공권이 먼저 오르는 이유가 바로 이 구조 때문입니다. 최근 유럽행이나 동남아행 항공권 가격이 갑자기 치솟았다고 느꼈다면, 이미 그 영향이 시작된 것일 수 있습니다.
트럼프의 강경 발언과 시장 심리, 그리고 우리가 놓치는 것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제안서를 "쓰레기"라고 표현한 순간은 단순한 외교 수사가 아니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대화 창구가 닫혔다"는 신호였습니다. 이란이 요구하는 조건도 만만치 않습니다. 전쟁 피해 배상, 해상 봉쇄 해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완전한 주권 요구까지 내놨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전투 중단이 우선이라는 입장이고, 이란은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선까지 포함한 전면 종전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습니다. 입장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협상 자체가 성립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강경 대응이 결국 협상력을 높인다"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런 공개 발언들은 시장 불안을 실제 이상으로 키우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란 단순히 전쟁 그 자체가 아니라, 전쟁 가능성에 대한 불안 심리가 경제 전반에 파급되는 현상까지 포함합니다. 투자자들이 실제 공급 부족이 발생하기 전부터 움직이는 이유입니다.
미국 내 여론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국내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3분의 2가 전쟁 명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NATO 동맹국들 역시 국제 승인 없는 해상 작전 참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출처: 로이터). 미국이 이란의 석유 수출을 돕는 기업들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단행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이 문제를 논의하려는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중국은 이란 원유의 핵심 수입국이기 때문에, 미중 에너지 외교가 이번 사태의 또 다른 변수가 됩니다.
제가 솔직히 답답하게 느끼는 건 따로 있습니다. 전쟁은 정치인들이 시작하는데, 그 대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물가와 불안으로 치릅니다. 미국 유권자도, 한국 직장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럽은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혹독한 경험을 했습니다. 전기요금과 난방비가 치솟았던 기억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에너지 위기를 바라봐야 하는 겁니다.
더 우려스러운 건 이런 심리가 실물 경기에 미치는 연쇄 효과입니다. 소비자들이 불안해지면 지갑을 닫습니다. 소비가 줄면 기업 실적이 흔들리고, 결국 고용과 임금까지 영향을 받습니다. 경기침체란 이처럼 작은 불안들이 누적되어 경제 전체의 성장 동력이 멈추는 현상을 말합니다. 코로나 시기 공급망 붕괴가 자동차 공장 가동을 멈추고 반도체 가격을 폭등시켰던 것처럼, 지금 호르무즈 문제도 그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중동 뉴스를 "거기서 거기"로 보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글이 거창한 국제 정세 분석보다는, "왜 내 생활비가 오르는지"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국제 정세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내 돈이 왜 빠져나가는지를 아는 최소한의 현실 감각에 가까워졌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구르만의 뉴스 다음 시간에!
참고: https://www.g-enews.com/article/Global-Biz/2026/05/202605121339091490e250e8e188_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