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한동안 중동 휴전 소식을 반쯤 흘려듣고 있었습니다. '이번엔 좀 조용히 넘어가겠지'라는 막연한 기대였는데,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과 이란 군이 직접 충돌했다는 8일 보도를 보고 나서야 그 기대가 얼마나 안일했는지 깨달았습니다. WTI(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 가격이 하루 만에 배럴당 96.8달러까지 치솟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걸 보며 지구 반대편의 총성이 여전히 제 통장에 직결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자위권 논란, 그 이면에 있는 것
일반적으로 양측이 모두 '자위권'을 주장하면 진실은 중간 어딘가에 있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런 상황은 대부분 중간이 아닌, 각자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에 진실이 있었습니다. 이란은 자국 유조선이 먼저 공격당했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이란 구축함이 선제 도발을 했기 때문에 대응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서둘러 발언했지만, 솔직히 저는 그 말이 시장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로 들렸습니다. 시장은 달랐습니다. 발언 직후에도 유가는 내려오지 않았고, 달러화는 오히려 강세를 이어갔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번 휴전의 구조적 허점입니다. 미국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나 제재 문제 같은 근본 쟁점은 유보한 채 전투 중단만을 제안한 상태에서 교전이 발생했다는 점은, 이 평화가 얼마나 표면적인 것이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른바 '불완전한 휴전(Fragile Ceasefire)'이라 불리는 형태인데, 이는 구조적 원인을 해소하지 않고 당장의 충돌만 멈춰둔 상태를 뜻합니다. 몇 해 전 제가 사업체를 운영할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거래처와의 갈등을 표면적으로만 봉합해뒀더니, 결국 더 큰 문제로 터졌습니다. 국제 정세도 다르지 않더군요.
WTI 급등이 내 식탁까지 오는 경로
WTI(서부텍사스산원유)란 미국 텍사스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선물 가격으로, 전 세계 원유 시장의 기준 지표로 활용됩니다. 쉽게 말해 국제 기름값의 기준점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 수치가 배럴당 96.8달러까지 올랐다는 것은, 단순히 주유소 가격이 오른다는 차원이 아닙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유가가 10% 이상 오르면 제일 먼저 반응하는 건 물류 업체들입니다. 택배 기본 단가가 올라가고, 공산품 납품가가 뒤따라 오르고, 결국 마트 진열대 가격이 바뀝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3% 수준에 달하는 구조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이 막히거나 보험료가 오르는 것만으로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습니다
(출처: 한국에너지공단).
도미노 경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호르무즈 해협 긴장 → 원유 수송 리스크 상승 → 유가 급등
- 유가 급등 → 물류비·생산원가 상승 → 소비자물가 압력 증가
- 물가 상승 + 경기 위축 동시 발생 →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이 마지막 조합이 가장 무섭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란 경기 침체(Stagnation)와 물가 상승(Inflation)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을 말합니다.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으면 경기가 더 죽고, 금리를 내려 경기를 살리면 물가가 더 오르는, 정책 당국 입장에서 진퇴양난의 상황입니다.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미국이 경험한 것이 바로 이 스태그플레이션이었습니다
고용 지표와 스콧 베센트,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
지정학적 충돌이라는 돌발 변수와 함께, 시장이 동시에 주시하고 있는 건 9일 발표 예정인 미국의 비농업 고용 보고서(NFP: Non-Farm Payrolls)입니다. NFP란 농업을 제외한 전 산업에서 새로 생긴 일자리 수를 집계한 지표로, 미국 경제의 건강 상태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전월에 17만 8천 개였던 신규 일자리가 이번 달엔 6만 2천 개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와 있습니다. 이 수치가 현실화된다면, 유가는 오르는데 고용은 쪼그라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이 더욱 선명해집니다.
여기에 더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의 도쿄 방문이 외환시장의 또 다른 변수입니다. 베센트 장관은 평소 일본의 금리 인상 필요성을 지지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이 기준금리를 올리게 되면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가 청산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일본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다른 나라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인데, 이게 대규모로 청산되면 전 세계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연쇄적인 충격이 옵니다. 2024년 8월에 이와 유사한 패턴으로 글로벌 증시가 하루 만에 폭락한 적이 있었는데, 제 경험상 그때의 충격이 얼마나 빠르게 왔는지를 생각하면 베센트의 발언 하나하나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현재 엔화는 일본 당국의 시장 개입 정황에도 불구하고 달러당 155엔선을 웃도는 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엔화는 안전자산으로 알려져 있지만, 저는 요즘 그 공식이 점차 흔들리고 있다고 봅니다. 안전자산으로서의 엔화 위상이 약해진다는 것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기존의 피난처를 잃고 새로운 자산 배분을 고민해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한국 투자자가 지금 챙겨야 할 것
이 세 가지 파도, 즉 중동의 군사 충돌, 미국의 고용 둔화, 그리고 일본 통화 정책 변화가 동시에 맞물리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제 경험상 이런 복합 위기 국면에서 가장 위험한 태도는 하나의 변수만 보고 결론을 내는 것입니다. 유가만 보고 에너지 관련 주식에 올인하거나, 달러 강세만 보고 환율 한 방향에 베팅하는 식의 단순한 접근은 이런 시기에 특히 취약합니다. 지금처럼 변수가 서로 얽혀 있을 때는 포트폴리오 분산, 즉 자산을 여러 유형에 나눠 담는 전략이 실질적인 방어막이 됩니다.
또한 뉴스의 표면만 읽어서는 안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유효" 발언이 진심어린 외교적 신호인지, 국내 정치 일정을 의식한 수사인지를 구분하는 눈이 필요합니다. 미국의 핵 협상 핵심 쟁점이 여전히 미해결 상태라는 점을 보면, 저는 후자에 가깝다고 봅니다.
솔직히 이 글을 쓰면서도 확신이 서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상황이 너무 빠르게 바뀌고 있고, 어떤 전문가도 지금 이 국면을 자신 있게 예측하기 어려운 구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하나입니다. 준비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위기가 왔을 때 드러납니다. 지금 당장 자산 배분 구조를 점검하고, 뉴스 이면의 흐름을 읽는 연습을 해두는 것, 그것이 이 복잡한 국면에서 제가 드릴 수 있는 가장 솔직한 조언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 후 본인의 판단 하에 내리시기 바랍니다.
구르만의 뉴스 다음 시간에!
참고: https://www.g-enews.com/article/Global-Biz/2026/05/2026050810092028942bd56fbc3c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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