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유소 기름값이 오를 때마다 "또 중동 때문이겠지" 하고 넘기셨다면, 이번만큼은 그냥 지나치시면 안 됩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저는 이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먼 나라의 군사 뉴스가 아니라, 이건 제 지갑에 직접 꽂히는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안보 — 한국은 얼마나 위험한가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폭 약 33km의 좁은 바닷길입니다. 여기서 호르무즈 해협이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구간으로, 한 곳이 막히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전체가 뒤흔들리는 핵심 요충지입니다.
제가 직접 관련 수치를 찾아봤는데, 수치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원유의 70% 이상이 중동산이고, 그 중동산 원유 중 무려 95%가 이 해협을 통과합니다.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에도 수입량의 약 20%가 같은 경로를 거쳐 들어옵니다. 여기서 LNG란 천연가스를 영하 162도로 냉각해 액체 상태로 만든 연료로, 도시가스와 발전소 연료의 핵심 원료입니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는 자국과 협력하는 상선에만 통행을 허용하고 나머지는 계속 봉쇄하겠다고 못 박았습니다. 미국이 해협 재개를 위해 가동 중인 이른바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 작전에 맞서는 형국입니다. 외신들이 현재 호르무즈를 가리켜 '선박 주차장'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통행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입니다.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에 따르면 봉쇄 개시 한 달여 만에 회항 조치된 상선만 78척에 달합니다.
해운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운임이 최소 50%에서 많게는 8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합니다. 여기서 운임이란 선박을 빌리고 화물을 운반하는 데 드는 비용 전반을 의미하는데, 이 비용이 오르면 원유 수입 단가가 직접 올라갑니다. 중동을 거치지 못하고 아프리카나 남미로 항로를 돌릴 경우 항해 일수가 몇 배로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처한 위험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 70% 이상, 이 중 95%가 호르무즈 통과
- LNG 수입의 약 20%도 동일 경로 의존
- 우회 항로 사용 시 운임 50~80% 상승 전망
- 국제유가 배럴당 100달러 돌파 시 연간 에너지 수입 비용 약 10조 원 추가 발생
-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 리터당 50~100원 추가 상승 가능성
저는 이 목록을 보면서 대한민국이 얼마나 구조적으로 취약한지를 다시금 실감했습니다. 에너지 자립 기반 없이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지구 반대편 좁은 바닷길 하나에 경제 전체를 저당 잡혀 있는 셈입니다.
국제유가와 물가 충격 — 내 일상에 들어오는 방식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 우리의 미래가 보입니다. 제가 경험상 이건 좀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수치를 확인하니 남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현재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50달러를 넘어섰고, 캘리포니아주는 6달러를 웃돕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리터당 2,000원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로이터·입소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약 80%가 이 유가 상승의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렸으며, 그의 경제 정책 지지율은 30%까지 떨어졌습니다(출처: 로이터). 밥상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합의하지 않으면 매우 나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압박하는 배경에는, 이 추락한 지지율에서 비롯된 초조함이 깔려 있습니다.
뉴욕 증시도 반응했습니다. S&P 500 지수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일제히 하락했고, 엔비디아 주가는 하루 만에 3.3% 급락했습니다. 여기서 S&P 500 지수란 미국 500대 기업의 주가를 종합한 지표로, 글로벌 투자 심리를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벤치마크입니다. 아무리 기술력이 앞선 기업도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리면 생산과 물류가 멈춘다는 것을 시장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3%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상위권입니다(출처: 한국에너지공단). 제가 이 수치를 다시 꺼낸 건 이걸 낯설게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반도체와 자동차를 팔아 외화를 버는 동시에, 그 공장을 돌릴 에너지를 오롯이 밖에서 사오는 구조입니다.
이란의 통행료 징수가 현실화되면 세계 공급망이 미국 동맹 진영과 이란·중국 협력 진영으로 완전히 쪼개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그 균열 속에서 미국 동맹국이면서도 에너지를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은 가장 비싼 자리에 서게 됩니다.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우리가 느끼는 변화는 이렇습니다. 비축유(Strategic Petroleum Reserve, SPR, 즉 국가가 비상시를 대비해 미리 쌓아둔 석유 재고)를 방출하고 아프리카·미주산 대체 유종을 긴급 수입해 단기 충격을 완화하고 있습니다만, 운임 부담은 날이 갈수록 누적되고 있습니다. 임시방편이 영구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업계 관계자들도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에너지가 유발하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단순히 주유소 숫자 하나가 바뀌는 문제가 아닙니다. 물류비가 오르면 마트에서 파는 과일 한 알, 배달 음식 한 그릇의 가격이 줄줄이 올라갑니다. 공장 가동 비용이 오르면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고용을 줄입니다. 이 연쇄 반응이 골목상권과 서민 가계를 가장 먼저, 가장 깊이 파고듭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이란과 미국의 줄다리기가 언제 끝날지는 지금으로선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이 단기 물량 확보에만 급급하지 않도록,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와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를 더 강하게 요구하는 것입니다. 기름값이 오를 때마다 한숨만 쉬는 대신, 이 구조적 취약점이 왜 반복되는지를 따지는 것이 진짜 경제 공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번 사태는 그 질문을 다시 꺼낼 타이밍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구르만의 뉴스 다음 시간에!
참고: https://www.g-enews.com/article/Global-Biz/2026/05/2026051706182882782bd56fbc3c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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