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한동안 이란 관련 뉴스를 '먼 나라 이야기'로 흘려 넘겼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장을 보고 나서 영수증을 보며
멈칫했습니다. 특별히 비싼 걸 산 것도 아닌데 이전보다 분명히 더 나와 있었습니다. 나중에 그 시기를 되짚어보니,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가 슬금슬금 오르던 때였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뉴스를 보는 눈이 달라진 게.

유가와 장바구니 사이의 연결고리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겠다고 나선 것은, 제가 보기엔 단순한 외교적 압박 이상입니다.
이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길목으로, 하루 통과량이 1,700만 배럴을 웃돈다는 추정치도 있습니다
(출처: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이 좁은 수로 하나가 막히거나 비용이 붙는 순간,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Supply Chain)이 흔들립니다. 여기서 에너지 공급망이란, 원유가 산지에서 채굴되어 정제소를 거쳐 소비자의 주유소까지 도달하는 일련의 이동 경로 전체를 말합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흐름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일상에 영향을 줍니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의 원재료 조달 단가가
올라가고, 그게 도매가로 이어지고, 결국 동네 주유소 가격판에 숫자가 바뀌어 붙는 데까지 길어야 2~3주입니다. 문제는 그게
주유소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물류비가 오르면 제품 운송 비용이 올라가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에
반영됩니다.
이번 이란의 움직임에서 눈여겨볼 것은 단순한 통행료 징수가 아니라 복수의 통화 계좌를 준비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탈달러화(De-dollarization) 전략과 맞닿아 있습니다. 탈달러화란, 국제 무역과 결제에서 미국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통화나 대안 통화를 결제 수단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뜻합니다. 길도 쥐고 돈의 흐름도 바꾸겠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던지는 셈입니다.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이 영향은 더 직접적입니다.
실제로 한국의 원유 수입 중 중동 의존도는 60%를 넘습니다(출처: 한국에너지공단).
같은 원유를 사더라도 운송 비용이 오르면 수입 단가가 올라가고, 거기에 환율 변동까지
겹치면 기업 원가와 소비자 물가 양쪽에 동시에 부담이 쌓입니다.
이 상황을 정리하면 생활비에 영향을 주는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 호르무즈 통행료 부과 → 원유 해상 운송 비용 상승
- 국제 유가 상승 →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 인상
- 물류비 전반 상승 → 식료품·공산품 가격 반영
- 원화 약세 겹칠 경우 → 수입 단가 이중 상승

불확실성이 이미 하나의 비용이 된 시대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예전에는 실제로 무언가가 터져야 가격이 움직였습니다. 지금은 '터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 하나만으로도 시장이 먼저 반응합니다. 이를 리스크 프리미엄(Risk Premium)이라고 합니다. 리스크 프리미엄이란,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투자자나 기업이 요구하는 추가 비용 또는 수익률을 뜻하며, 에너지 시장에서는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때 유가에 자동으로 반영되는 구조입니다. 이란이 실제로 통행료를 얼마나 걷느냐보다, '언제든 걷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가격에 녹아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번 변화를 곧바로 '새로운 질서가 완전히 굳어지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에는 저는 조금 신중합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전략적 가치는 분명하지만, 한 국가가 이 항로를 장기간 독점적으로 통제하기엔 국제적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통행료를 그대로 인정하는 순간 사실상의 통제권을
승인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그 선을 넘는 양보는 쉽지 않습니다. 반대로 강하게 대응하면 또다시 공급망이
흔들리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전쟁보다 이런 제도적 압박이 시장에 더 오래, 더 은밀하게 영향을 준다는 점이요.
폭발적인 사건은 단기간에 가격을 끌어올렸다가 진정되지만, 통행료처럼 제도화된 불확실성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구조적으로 올려버립니다. 그게 더 무섭다고 느꼈습니다.
오히려 더 주목해야 할 변화는 이 긴장이 촉발하는 대응 흐름입니다. 우회 항로 개발,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
재생에너지 투자 가속화가 그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호르무즈 의존도 자체를 낮추려는 시도가 강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상황은 기존 질서가 무너지는 단계라기보다, 기존 질서와 새로운 시도가 충돌하는 과도기에 가깝다고 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 흐름이 일시적 이벤트인지, 아니면 에너지 공급망의 구조적 재편으로 이어질지를 차분하게 지켜보는 시각입니다. 저도 요즘은 뉴스 하나를 보면 '이게 내 장바구니까지 오는 데 얼마나 걸릴까'를 먼저 계산하게 됩니다. 소비를 조금 더 보수적으로 가져가고, 가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거창한 대응책은 아니지만, 구조가 바뀌는 시대를 살아가는 방식으로는 꽤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구르만의뉴스 다음시간에!
참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13914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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