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늦게 퇴근하면서 주유소에 들렀다가 가격표 앞에서 잠깐 손이 멈췄습니다. 몇 달 전이랑 분명히 다른 숫자였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뉴스에서 흘러나오던 "미국-이란 대치",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리지 않기
시작한 것이.
치킨게임, 협상이 아니라 자존심 싸움이 됐다
일반적으로 국가 간 갈등은 결국 협상 테이블에서 끝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미국과 이란이 충돌한 지 3개월이 지났으니 슬슬 출구를 찾겠거니 싶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번은 좀 다릅니다. 지금 벌어지는 건 협상 싸움이 아니라 자존심 싸움에 가깝습니다.
현재 미국은 해상 봉쇄를 통해 이란 경제를 締 죄고 있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쥔 채 맞서고 있습니다. 이 대결 구도를 전문 용어로 소모전(War of Attrition)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소모전이란 한쪽이 먼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서로를 갈아 넣는 싸움 방식입니다. 승패보다 버티기가 목표인 전쟁입니다.
파키스탄의 중재로 간접 대화가 진행 중이지만, 양측이 내놓은 조건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란에 20년간 우라늄 농축 중단과 비축량 이송을 요구하고 있고, 이란은 공습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주권 인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란 고위 관료들은 핵 능력, 미사일 프로그램, 호르무즈 통제권을 협상 카드가 아니라 체제 생존의 이념적 기둥으로 규정했습니다. 포기하는 순간 그것은 타협이 아니라 항복이라는 겁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대이란 전문가 다니엘 시트리노비치는 "이미 수없이 테스트해 본 이론이지만 이란은 굴복하지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압박을 키우면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이라는 이론이 이번에도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제 생각도 비슷합니다. 이미 한계가 검증된 전략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건, 경제학에서도 통하지 않는 논리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우리 지갑이 흔들린다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은 지도로 보면 생각보다 굉장히 좁습니다. 그런데 전쟁 전 기준으로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25%, 액화천연가스(LNG)의 20%가 이 수로를 통해 오갔습니다. 여기서 LNG란 천연가스를 냉각해 액체 상태로 만든 연료로, 한국이 전력 생산과 난방에 핵심적으로 의존하는 에너지원입니다. 이 해협이 사실상 막히면서 글로벌 공급망은 이미 마비 수준에 가까워졌습니다.
일반적으로 에너지 위기는 산유국들끼리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라고 봅니다. 한국은 석유와 가스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입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를 훌쩍 넘습니다. 수입 루트가 흔들리면 가격이 오르고,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가 감당하게 됩니다.
파급 경로를 순서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국제 유가 상승 → 국내 주유소 가격 인상
- 주유소 가격 인상 → 물류·운송비 상승
- 물류비 상승 → 마트 식품, 배달 음식, 택배비 인상
- 전반적인 물가 상승 →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
- CPI 상승 →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어려워짐
- 금리 동결·인상 → 가계 대출 이자 부담 증가
여기서 소비자물가지수(CPI)란 일반 가계가 실제로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이 수치가 오르면 한국은행은 금리를 쉽게 내리지 못하고, 그 결과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이자는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됩니다.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이 흐름을 직접 체감하고 나서야 국제 뉴스를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오판 하나가 전면전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지금 국제사회가 진짜 두려워하는 건 대규모 군사 작전이 아닙니다. 사소한 오판입니다. 군함끼리의 충돌, 미사일 경고 오인, 누군가의 과잉 대응 하나가 상황을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몰고 갈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가장 큰 전쟁들도 처음에는 "짧게 끝날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 시작됐습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는 "양측 모두 시간이 자기편이라고 믿는 착각, 이것이 합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큰 위험 요소"라고 진단했습니다. 여기서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이란 전 세계 분쟁 지역을 분석하고 외교적 해결책을 연구하는 독립 국제기구입니다. 이 기구의 진단이 무거운 이유는, 지금 미국도 이란도 각자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쪽 다 이기고 있다고 믿는 싸움은 멈추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이란 내부 경제는 이미 상당히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악화, 산업시설 피해가 겹치면서 체력이 소진되고 있습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의 감시 하에 재개방하는 대신 미국의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예비적 합의안을 원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우라늄 비축량을 러시아로 보내 희석하는 타협안도 제시했지만 미국이 거절했습니다. 겉으로는 강경하지만 내부에서는 출구를 찾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주식 투자를 하는 분들은 이 흐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중동 리스크가 커지면 외국인 자금이 한국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환율이 오릅니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 전반을 자극하고, 원자재 비용 상승은 기업 실적에도 직결됩니다. 에너지 관련 자산이나 방산 섹터로 자금이 쏠리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건 단순한 중동 분쟁이 아닙니다. 미국 중심의 글로벌 질서, 에너지 패권, 달러 시스템, 공급망 전쟁이 한꺼번에 얽힌 구조적인 충돌입니다. 이 흐름을 읽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통장 잔고와 투자 결과에서 조용히 드러납니다. 세계 뉴스를 내 삶과 연결해서 보는 습관, 지금 가장 필요한 생존 감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입니다.
구르만의 뉴스 다음 시간에!
참고: https://www.g-enews.com/article/Global-Biz/2026/05/202605191404473746e250e8e188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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